비비안 마이어, 미스터리 포토그래퍼
그라운드 시소 성수에서 열린 비비안 마이어의 사진 전시로 베일에 싸인 작가의 비밀스러운 삶을 엿볼 기회가 생겼다.
비밀을 간직한 작가 비비안 마이어는 누구인가? 평생을 보모로 일하며, 독신으로 살았던 작가이자 시카고의 한 창고에서 현상되지 않은 14만 장의 필름을 남기고 간 포토그래퍼!
'20세기 가장 유명한 사진작가'라는 칭호를 받는 사후에나 유명세를 치른 사진작가이다.
사진을 처음 발견한 사람은 존 말루프라는 역사와 관련한 책을 집필하는 작가인데 우연한 계기로 비비안 마이어의 네거티브 필름을 찾아낸다. 이후 필름의 주인을 찾기 위해 사진들을 개제했다가 세간의 화제가 된다. 하지만 작가에 대한 궁금증이 풀리지 않아 더욱 호기심을 유발하게 되고 범상치 않음을 감지한 존 말루프는 치밀한 조사와 추적을 통해 사진의 주인공에 대한 행적을 찾게 된다.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않았던 작가가 사진을 현상하지 않은 채 방치해 두었다는 사실과 불운했던 가정사 때문에 10세 때부터 독립적으로 살아왔고 결국 보모 일을 할 수밖에 없었던 사연들도 알게 된다.
복잡한 가정사 때문에 독신으로 살기를 자처했다는 점, 알코올 중독 아버지와 마약에 중독된 오빠, 돈을 요구하는 어머니가 있는 가정사, 정신병력이 있는 집안에서 살며 자신의 가족사가 드러날 경우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주는 보모 일을 계속할 수 없기에 철저하게 자신의 과거를 감출 수밖에 없었던 비비안 마이어의 삶까지 하나하나 파헤치면서 작가의 작품들이 세상 밖으로 나와 빛을 보게 된다.
삶에 용기를 주는 사진작가
비비안 마이어의 사진전에서는 그녀의 감춰진 삶 너머에 여성으로써 독립적이고 진취적인 삶 역시 조명하고 있다.
세상과 소통의 창구로 사진을 선택했고 세상의 여러 곳을 누비며 자신만의 시선으로 많은 사진을 남겼던 용감한 여성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세계 여행을 하며 찍은 사진들을 보면 그녀가 자신만의 삶을 개척한 여성이라는 생각을 한다. 전시는 전반적으로 여성에게 용기를 주는 내용들이 많은데 세상 어느 곳에도 마음 둘 곳 없던 작가가 평생을 떠돌며 자신만의 표현의 수단으로 생각했던 사진에 대한 진정성을 다루고 있다.
잠시 내가 진정 좋아하는 일은 뭘까?를 생각하게 한다. 그녀에게 있어 사진은 세상과 끊임없이 거리를 두면서도 멀리서 사람들을 관찰할 수 있는 유일한 매개체가 아니었을까 싶다. 사진은 그녀에게 생각이 나 가치관을 표현할 수 있는 창구이기도 했다. 불운한 삶을 뒤로한 채 처해진 삶을 열심히 살아내려 했던 그녀의 노력은 사진을 통해 자세히 볼 수 있다. 비록 자신을 드러낼 수는 없지만, 따뜻한 감성과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봤던 비비안 마이어는 그 누구보다 치열하게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고자 노력했던 사람이었다.
카메라 하나로 자유로웠던 작가
비비안 마이어는 값비싼 롤라이 플렉스를 장만하며 카메라 하나로 자유로워진다. 사진의 수준이 높아지자 갑자기 뉴욕으로 돌아와 사진 기술을 익힌다. 직업적으로 야망을 꿈꾸던 시절이었다.
비비안은 이 시기에 인생에서 가장 좋은 나이가 28세라고도 하는데, 왜 그런가 들어보면 누군가에게 휘둘리지 않아도 되며, 성숙하고 젊은 에너지로 방해받지 않는 자유로운 나이라고 한다. 카메라를 얻어 꽤나 만족스러웠던 것 같다.
고퀄리티 사진들을 찍을 수 있게 되자 본격적인 사진 활동을 하며 호기심을 채우기 시작한다. 이 시기에 비비안 마이어는 뉴욕 현대미술관에서 '인간 가족전'이라는 전시를 본다. 내적으로 채워지지 않았던 가족에 대한 유대관계나 가족에 대한 호기심으로 어머니와 아이들을 주제로 한 사진들을 찍기 시작한다. 하지만 사진에서 철저히 아버지의 존재를 배제시킨다. 아이들과 놀아주는 남자의 존재는 없었다. 비비안 마이어의 어린 시절 경험과도 유사하며, 자신의 트라우마 때문이기도 했다. 실제로 불운한 가정사를 지나왔으며 자신을 드러내기 어려워했던 그녀의 피사체는 상당히 개방적이고 감성적이며 인간적이기까지 해서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그렇게 무심하게 찍은 사진들은 있는 그대로의 날 것이며 꾸밈이 없어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따뜻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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