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코 폰타나의 한국 최초 회고전
컬러 사진의 대가 이탈리아의 사진작가 프랑코 폰타나의 한국 최초 회고전을 감상하러 가보자.
전시장에 발을 들이자 마자 사람들의 탄성이 터져나온다. 이것은 사진일까 회화일까? 그 경계를 허무는 또렷한 색채가 시선을 강탈한다. 나 역시도 그의 작품은 가까이서 봤을때 그 선명함의 강도를 직접 체감할 수 있었다.
프랑코 폰타나는 비교적 적지 않은 나이 28세에 사진을 처음 시작했다. 활동한지 4년만에 토리노에서 첫번째 개인전을 갖았고 세계의 갤러리에서 400회 이상의 개인전과 전시회에 출품하면서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작가로 거듭났다. 1960대만 하더라도 흑백 사진을 벗어난 사진 작가가 거의 없을 때였고, 순수 예술 사진작가가 거의 없던 시절이었다.
관습을 탈피한 작가이자, 컬러 필름을 소화해 버린 첫번째 작가라는 점에서도 대단하다. 투명도를 낮추고 색채를 부각시켰던 지금 보아도 올드하지 않고 세련된 색채감은 회화작품을 보는 듯한 착각을 준다.
전시구성은 1960년을 시작으로 프랑코 폰타나의 작품과 인생에 대한 철학이 담겨있는 풍경들을 주제로 전개된다. 전시는 4가지의 섹션으로 랜드 스케이프,어반스케이프, 휴먼 스케이프, 아스팔토로 나뉘어져 있다.
자연, 도심, 사람, 도로를 중심으로 작가만의 특별한 시점을 만나볼 수 있다.
일상속 아름다운 색채를 쫓아 담는 남자
우선 '랜드 스케이프'로 전시의 시작을 알린다. 그는 여행을 통해 일상의 아름다운 풍경들을 사진으로 담아냈는데 그 색감의 정도가 쨍하다 못해 자로 잰듯 선명하고 간결하다. 보색 대비로 느껴지는 강렬한 색채들은 다채로움을 선사하고 있다.
특히 바다와 하늘 그리고 빛의 경계가 관람객들에게 놀라움의 연속이어서 자꾸만 걸음을 멈추게 한다.
자연의 빛과 그림자의 실루엣을 통해 무심코 지나쳤던 것들을 드러내어 표현하기도 한다. 그를 '컬러의 사냥꾼'이라 비유하는 이유는 일상속 숨어있는 색채를 찾아 내는 그만의 능력 때문이 아닐까 한다.
무심코 지나친 현실의 한 부분을 포착하여 몬드리안이나 칸딘스키의 회화를 보는듯한 수직과 수평의 안정적인 구도와 현실 그대로만 담은 다양한 색감을 더 둘러보자.
색과 구도 표현의 대가
두번째 섹션 '어반 스케이프'에서는 넓은 앵글이 아닌 극도로 좁아진 앵글을 사용한다. 색과 구도가 크롭된 형태로 도심과 사물을 독특한 시점으로 표현했다. 건물들과 표면, 물체와 색상, 빛, 그림자 모두가 작품의 요소로 활용된다. 포토샵으로 건드린 것만 같은 평면적인 풍경으로 이게 사진이야?를 반복해서 묻게 한다.
이번 섹션에서는 정확한 황금비율로 기하학적으로 구성하는 작품세계를 보여준다. 작가는 생전에 사진은 선택의 문제이며 무엇을 지울지 역시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나 건물이나 사물을 확대해서 공간과 부피, 조형적 형태와의 상호작용에 집중했다. 평범한 현실속에서 균형된 프레임을 담으며 순간을 비율에 맞게 포착해낸 작품들이 천재적이라 생각한다.
숨어있던 것을 발견하는 작가의 시선
'휴먼스케이프' 섹션에서는 사람과 도심, 공간, 자연등이 등장하면서 작가의 해석에 따라 인물들이 서로 다르게 보여질 수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보이지 않던 것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라고나 할까?
이탈리아어로 존재와 부재를 뜻하는 '프리센자 아센자' 시리즈를 주목해 보면 좋을 것이다.
그의 시선들을 둘러보면서 그가 어떠한 필터를 선택하는지에 따라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선명히 드러나는 것을 보면서 작가의 감각과 예리함에 또한번 놀라게 된다.
찰나의 장면을 포착한 예술가
마지막 섹션은 '아스팔토'이다. 이탈리아어로 고속도로를 지칭하는데, 근대의 상징이자 새로운 풍경들을 담게 되는 계기가 된다. 빠르게 흘러가는 도로안의 교통 기호와 페인트 선, 깨진 틈등 속도감이 느껴지는 피사체의 움직임을 만나볼 수 있다. 셔터의 빠른 속도와 사물의 움직임이 만들어낸 뭉개지고 번진 컬러들이 그 시간을 그대로 따온 듯한 친숙한 느낌들도 좋다. 폰타나가 말하고자 하는 풍경은 흔히 스쳐지나가는 우리의 일상속 모습이었다.
'전시 추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프리츠 한센 : 150주년 서울역 전시 (0) | 2022.12.23 |
---|---|
구스타프 클림트, 골드 인 모션으로의 초대 (0) | 2022.12.23 |
장 줄리앙의 첫번째 회고전 : 그러면, 거기 (0) | 2022.12.22 |
미디어 아트 전시 : MONET INSIDE를 가다. (0) | 2022.12.20 |
알베르토 자코메티, Walking Man을 만나다. (0) | 2022.12.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