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코메티에 대하여
자코메티는 스위스에서 태어나 유명한 인상파 화가였던 아버지 조반니 자코메티의 재능을 물려받았다. 파리로 유학가 로댕의 영향을 받았지만, 조금 다른 방식의 작품 활동을 했다. 2차 세계대전으로 파리가 나치에 점령당하자 제네바로 떠난다.
전쟁의 참혹함을 체감한 자코메티는 그 후 고통스러운 삶이 표현된 작품들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그의 작품들 대부분은 앙상하고 말라비틀어져 기괴하기까지 하다. 자코메티의 작품에는 일반적인 조각과는 다른 무엇이 있는데 그것은 '빼기'이다. 보통의 조각들은 살을 덧대면서 완성으로 나아가지만, 그의 작품은 완성된 형태에서 떼어내는 기법을 활용한다. 불필요한 것들을 떼어내고 지워내느라 남는 것은 본질, 그가 말하는 진리를 뜻한다.
자코메티는 시선처리에 각별히 신경을 쓰느라 테이트 모던 전시 때에도 오픈 직전까지 마무리에 공을 들였다고 한다. 집요한 성격과 치열하게 무언가를 쫓는 작가의 정성이 현대인들에게 영혼의 상처를 치유하는 전시가 되었길 바란다.
영원히 살아있는 시선
자코메티는 작품을 시작할 때 눈부터 시작했다고 한다. 실제로 자코메티는 영원히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것이 시선이고, 죽음과 개인을 구별해 주는 것이 시선이라고 했다. 그의 말을 되새겨 본다면, 자코메티의 작품을 볼 때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인물의 시선이며, 그와 관련한 인물들에 대한 스토리로 시작해야 한다.
작품 전반에 걸쳐 조력자의 역할을 자처했던 동생 디에고, 그리고 아내 아네트는 빈번하게 작품의 모델로 등장한다. 하지만 아내의 헌신적인 내조에도 불구하고 속을 많이 썩인 자코메티. 22살 연하의 그녀가 39세쯤 제작된 아네트의 흉상은 주름과 침울한 표정의 남편에 대한 원망이 가득하다. 이 흉상은 훗날 인간의 고뇌와 외로움으로 표현되고 있다.
이사쿠 야나이 하라 라는 남성 역시 자코메티와의 철학 모임을 통해 친구이자 모델이 되었다. 아네트를 포함해 셋은 우정을 나누는데, 친절하고 준수한 외모의 야나이 하라와 아네트가 불륜으로 발전하게 된다. 나중에 알게된 자코메티는 쿨하게 둘의 관계를 인정해준다. 이미 매춘부 캐롤린과의 관계를 지속중이던 자코메티는 그녀의 모든 요구를 들어주며 죽기 직전까지 눈앞에 두었다고 한다.
피카소가 질투한 작가
자코메티는 서른에 처음 피카소를 알게된다. 초현실주의 작가들과 교류하며 스무살차이의 피카소와도 자연스레 어울리게 된다. 어릴적 부터 엄청난 독서량으로 지적으로 성숙했던 자코메티에게 피카소 역시 매료되었다. 하지만 실제로 피카소는 예술 관계자들 앞에서는 자코메티를 칭찬하는 법이 없었다고 한다.
피카소는 한때 자코메티의 연인 이사벨을 탐하게 된다. 이 일이 계기가 되었는지 1951년 피카소와는 의절하게 된다.
훗날 자코메티는 이사벨을 남자를 파멸시키는 여자라고 부르게 된다.
현대에 와서 자코메티의 작품과 피카소의 작품은 계속해서 가격 갱신하고 있다. 죽은 이후에도 라이벌 관계는 여전한 것 같다.
자코메티의 죽음
1921년 자코메티가 이탈리아로 여행하던 도중, 노신사를 만난다. 이후 노신사가 그를 찾았고, 경비를 부담할 테니 여행을 함께 하자고 제안한다. 여행 중 노신사가 건강 악화로 돌연 세상을 떠나자 죽음의 비극을 처음 접하게 된다. 그것이 그의 예술 활동에 크나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2차 세계대전을 경험한 자코메티는 전쟁 중 우연히 죽은 시체의 파편들을 마주하게 된다. 일상이 조각난 사람들을 가까이서 만나게 되고 이후 떨어져 나간 여인의 팔을 제작하게 된다.
마지막 유작 로타르III 역시 인강늬 죽음에 대한 작품을 다뤘던 그에게 의미 있는 작품이다. 자코메티는 작품의 생명력을 위해 만족하지 않고 끝까지 매진했던 작가로도 유명하다. 그에게는 이 작품이 끝까지 애정이 가는 작품이 아니었을까 한다.
작품을 좀 더 완성하겠다는 말만 남긴 채 끝내 돌아오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자코메티. 그래서 그 마지막 작품이 더욱 애잔하게 다가온다. 살아생전에 예술도 관심이 있지만, 진리에 더 관심이 있다고 했던 그의 말은 인간에 대한 탐구와 진실성이 후대에 와서 그 의미를 인정받는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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